'남편이 아프다' 더 가난해졌다

#1 자정만 되면 성경책을 편다. 그리고 눈을 감고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신앙 때문이 아니다. 잠이 오지 않아서다. 남편은 장애인이다. 어느 겨울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이후 밤은 늘 부산스럽다. 밤새 남편의 호흡이 끊길까봐 30분마다 눈을 떠 남편의 '푸우 푸우' 숨소리를 확인한다. 그렇게 잠을 잃었다. '내 삶'도 잃었다고 생각한 어느 여름밤, 남편의 휠체어를 끌고 한강으로 향했다. 같이 죽으려고 했다. 죽지 못해 사는 게 싫었다. 순간 아들의 얼굴이 스쳤다. 죄 없는 아들마저 무너질까 한참을 울다 돌아왔다. 다시 삶을 살아내기로 했다.

날이 밝으니 '나쁜 현실'이 다시 나를 짓눌렀다. 문제는 돈이다. 결혼 후 평생을 주부로 살았다. 풍족하진 않아도 부족하지 않은 남편의 월급으로 살림을 했다. 노후 준비를 완벽히 하진 않았지만 돈도 꽤 모았다. 남편이 다치자 상황은 급변했다. 남편이 병원에 있는 13개월 동안 간병비 포함 약 1억원의 돈이 들었다. 보험금으로 5000만원을 충당했다. 잔금은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 메울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온 이후가 문제였다. 돈 한 푼 벌지 않고 몸을 쓸 수 없는 남편을 돌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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