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국화꽃 한 송이를 들었다. 하얗고 기다란 꽃잎이 손길에 살며시 흔들렸다. 한 손으로 꽃줄기를 잡고 제대 위에 올렸다. 불그스름한 대추와 따듯한 촛불 사이, 그 중간 즈음이었다. 꽃은 바깥으로, 꽃줄기는 안쪽으로 향하게 뒀다. 넋이나마 꽃 한송이 받아들 수 있도록. 제삿상 가운데엔 고인(故人)의 이름 석 자가 적힌 위패가 있었다. 고(故) 윤진열, 그리고 고(故) 김금열. 그걸 바라보다, 눈을 감고 잠시 고갤 숙였다. 그 삶이 어떠했든, 마지막 길은 평안하길 바랐다.

모르는 이의 장례식에 온 건 처음이었다. 얼굴이 어떤지, 무슨 일을 했는지, 좋아하는 게 뭔지 아무것도 몰랐다. 둘은 '무연고(無緣故) 사망자'였다. 죽은 뒤에도, 아무도 챙겨줄 이가 없단 의미다. 윤진열씨는 지난 9월30일, 노원구 한 공원 벤치서 숨졌다. 고시원에서 홀로 살았다고 했다. 김금열씨는 간세포암으로 동작구 한 병원서 사망했다. 둘은 서로 아무 관계도 없지만, 우연히도 1963년생 동갑내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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