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업체가 국내를 떠나 해외 생산을 대폭 늘리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 업체는 자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17일 국제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일본 닛산은 내년의 자국 생산량을 100만대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닛산은 작년에 88만887대의 차량을 일본에서 생산했다. 일본의 '니케이 아시아 리뷰'는 이달 초 "도요타가 차종 캠리의 미국 인디애나주 생산을 접고 2017년부터 일본 아이치현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GM도 지난달 말 미국 내 공장에 54억 달러(5조8천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GM은 이번 투자로 미국 내에서 65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포드는 지난해 3월 멕시코 트럭 공장을 미국 오하이오주로 옮겼다.

 

 미국과 일본 업체가 자국 투자를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GM의 영업이익률은 역성장(-1.43%)을 했지만 올해 1분기(2.11%)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복귀했다. 닛산의 1분기 영업이익률(5.18%)도 1년 전(4.75%)보다 좋아졌다.

 

 뉴욕타임스는 "GM의 국내투자는 미국 자동차 시장이 좋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익 성장과 함께 미국과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국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도 자국 기업의 U턴을 도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닛산의 일본 증산과 관련해 "엔저로 수익성이 좋아졌고 (국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를 추진하는) '아베노믹스'에 화답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 자동차업체는 국내 생산을 줄이는 대신 해외 생산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 등 한국 업체들의 국내 생산량은 2011년(465만7천94대)을 정점으로 감소세다. 국내 생산량은 2012년(456만1천766대)과 2013년(452만1천429대) 2년 연속 줄어들다가 지난해(452만4천932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국내 생산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해외 생산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량은 2004년 41만5천959대에서 지난해 441만4천94대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국내 생산량(346만9천464대→452만4천932대)은 0.3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재 미국과 중국, 멕시코 등에서 공장을 짓고 있거나 증설을 검토하고 있어 국내외 생산량 차이는 훨씬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조사기관인 IHS 오토모티브는 한국의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2021년까지 400만대로 감소하는 반면, 해외 생산은 54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업체들이 국내 공장 증설을 꺼리는 것은 높은 인건비와 낮은 생산성, 노사분규에 따른 생산차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GM의 스테판 자코비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건비가 많이 오른 한국 대신 인도를 새로운 수출 기지로 정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GM 고위층은 그동안 한국에서의 인건비 부담 상승과 경쟁력 저하, 강성 노조 문제를 반복해 거론했다.

 

 대기업의 지나친 해외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업체들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규 시장 개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연구원의 이항구 선임연구원은 "임금과 노사분규 문제도 있지만 자동차 산업은 수요가 있는 곳에서 생산을 한다는 특성상 해외 투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해외 생산기지를 점차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 박닌성과 타이응웬성에 대규모 휴대전화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현재 가동 중인 노이다, 첸나이 공장에 이어 세 번째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월스트리저널(WSJ)은 삼성전자의 인도네시아 공장 가동과 관련한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비용이 적게 들고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존을 위해 대기업이 해외로 나가고 있지만 지나친 해외 진출로 국내 제조업이 공동화하고 국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제조업의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항구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자동차 관련 사업을 늘리고 현대차는 자체적으로 전자 사업부를 만드는 등 서로 협력을 안한다"며 "대기업들이 서로 협력하면 투자비용도 줄어들고 국내 투자도 많아질텐데 해외 업체들과 협력을 늘려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