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현대자동차는 변해야 한다 /박종규
국내외 가격차 계속된다면 소비자 외면 불보듯 뻔해


 

 
세계 자동차시장은 중국이 세계 3위의 생산국으로 부상하면서 더욱 치열한 가격경쟁과 신차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도요타는 작년에 노조가 스스로 임금을 동결하기도 했으며, BMW는 얼마 전 8000명 이상의 직원해고를 발표했다.

반면 현대차에서는 며칠 전 일거리를 둘러싼 노조 간의 갈등으로 불법 파업사태가 발생했다. 현대자동차는 작년에 국내외 공장에서 260만 대를 생산해 4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 중 국내판매는 생산대수로는 전체의 4분의 1, 판매금액으로는 전체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모두 수출되거나 현지공장에서 생산되어 해외에서 판매됐다.

이익의 기여도를 보면 전체의 3분의 1 수준인 국내판매에서 1조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반면 수출에서는 고작 2000억 원 남짓한 이익을 남겼을 뿐이다. 한마디로 국내에서는 이문이 많은 중대형차가 비싸게 팔리고, 해외에서는 마진이 적은 중소형차를 싸게 많이 판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비싼 차값을 지불하는 국내 소비자의 말없는 협조에 의해 현대자동차는 기술개발 재원도 확보하고 임직원의 급여도 올려주는 셈이다.

전경련이 분석한 '주요 자동차 기업 임금-생산성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세계 자동차 6개사 중 현대차와 기아차의 생산성이 포드, GM, 도요타, 혼다에 비해 많이 떨어지며, 그 격차도 더욱 벌어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차의 1인당 생산대수는 도요타의 43%, 1인당 영업이익은 도요타의 22%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2006년 1인당 평균 연봉은 현대차가 5698만 원으로, 도요타의 5496만 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으로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이 11%를 넘어서는 등 비용구조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현대차의 인건비 증가율은 도요타의 배 수준이다. 현대차 국내외 사업장을 비교해 보더라도 해외사업장의 생산성이 국내사업장보다 높지만 임금수준은 오히려 반대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듯 국내자동차의 판매가격구조와 생산성, 이익구조를 보면 참으로 불가사의하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앞으로도 이렇게 비합리적인 현상들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애정은 쉽게 차가워질 것이다. 높은 관세장벽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의 수입차 점유율은 5%를 넘어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수출지향 공업화 초기에는 자국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해 수입차에 대한 높은 관세장벽과 가격차별적 덤핑수출을 용인하는 이른바 '기울어진 경기장'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도요타도 상당기간 일본 정부의 수입자동차에 대한 높은 관세, 외국인 투자규제, 위기시 공적자금 지원 등 보호무역정책의 수혜를 입었고, 그것이 오늘의 렉서스로 대표되는 자동차제국의 기반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하는 반면 도요타는 자국 판매량이 30% 미만이다.

과연 현대차가 높은 수입관세를 비롯한 정부의 보호장벽 뒤에서 경쟁력을 키워낼 수 있을까. 언제까지 국내소비자들이 국내외 가격차별의 당위성을 이해해 줄까. 내수 판매가 30% 미만으로 떨어져도 현대차가 지금과 같은 이익률을 올릴 수 있을까. 생산성은 도요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임금은 매년 올리는 것이 타당할까. 그러고도 세계시장에서 제값 받고 판매대수를 늘릴 수 있을까. 현대차 경영진과 노조는 이러한 물음에 빨리 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소비자들은 언제 돌변하여 착한 애국심보다 소비자권리를 앞세우게 될지 모른다.

자동차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주력산업이자 가격과 품질경쟁이 가장 치열한 산업 중의 하나다. 따라서 적절한 보호무역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영역이지만 그것은 수출경쟁력의 빠른 향상을 위한 것이지 생산성을 앞지르는 임금상승, 경쟁국보다 높은 노동비용까지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점점 커져가는 '소비자 권력'을 외면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현대차 노사도 소비자권력이 발언권을 행사하기 전에 스스로 변해야 된다. 지난 시절 잘못 만들어진 '노사 간 단체협약 규정'을 미래지향적으로 과감히 수술해 경영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노사가 상생하면서 국내소비자에게 보답하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된다.

현대인베스트먼트 자산운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