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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박 모(39·여·C사 팀장)씨는 2002년 초 배기량 800cc짜리 빨간 색 경차를 구입했다.

 

 

 

‘차는 굴러만 가면 되지’라는 게 평소 박씨의 지론이었다. 게다가 그 차는 동글동글한 게 예쁘기 까지 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오래 가지 못했다.

 

 

 

그 차는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마다 ‘퉁’하고 차가 튀면서 큰 소리가 났다. 시속 60㎞를 넘으면 차 내에서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소음이 심했다.

 

 

 

게다가 왠지 도로에서 ‘멸시받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남편의 중형차를 탈 때는 잘 몰랐는데, 왠지 이 차를 탈 때는 다른 차들이 유독 앞으로 많이 끼어드는 것 같았다.

 

 

 

한번은 웬 택시 운전기사가 아무 이유도 없이 차에서 내려 “운전 똑바로 하라”고 호통 치면 차 유리를 두드리기 까지 했다.

 

 

 

박씨는 ‘혹시 차 모양 때문에 그랬던 게 아니었나’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고속도로, 공영주차장 할인, 싼 세금….

 

 

 

박씨는 “이런 거 다~ 필요 없다”며 이번에 차를 바꿀 때는 “반드시 튼튼하고 큰 차로 사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씨의 눈에 들어 온 QM5

 

 

 

하지만 ‘튼튼하고 큰 차’를 산다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정통 SUV를 사자니 차가 너무 높아 치마를 입고 운전석에 오를 때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고, 중형 세단을 사자니 차가 너무 길어서 주차할 자신이 없었다.

 

 

 

소형이나 준중형 승용차는 너무 낮아서 싫었다. 키가 커서 다른 차들에게 살짝 ‘위압감’을 주는 차를 몰고 싶었다.

 

 

 

그러던 중 박씨의 눈에 들어온 게 최근 르노삼성에서 나온 ‘QM5’였다.

 

 

 

이 차는 모양이 다른 SUV와 달리 동글동글한 게 곱상한 모양이었다. 키는 컸지만 차체는 작아 보였다. 운전하기 쉬울 것 같았으며 왠지 바닥에 붙어있는 듯 차 바닥 높이는 낮아 타고 내리기도 편할 거 같았다.

 

 

 

박씨는 시판 소식을 듣자마자 영업소를 찾아가 QM5를 이리 저리 뜯어봤다. SUV보다 낮은 차체, 깜찍하고 동글동글한 실내 디자인, 승용차와 같이 날렵하게 깎은 듯한 디자인….

 

 

 

역시 박씨의 예상대로 운전하기 편해 보였다. 일반 중형 승용차 보다 길이도 짧았다. 시트 위치가 낮아 치마를 입고 타고 내리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견적을 뽑아 달라”라고 말하려는 순간, 문득 박씨는 6년전 이 마음 때가 생각이 났다.

 

 

 

‘사실 그 때도 빨간 경차의 디자인과 겉모습은 만족스럽지 않았던가. 혹시 이 차도 과속방지턱에서 ‘쿵’ 소리가 나면 어쩌지?’

 

 

 

박씨는 그 자리에서 “혹시 시승을 할 수 있겠느냐”고 영업사원에게 물었으나 “미리 예약을 해야만 시승이 가능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러던 중 최근 우연히 경기 용인시의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마침 QM5에 관심이 있는 친구와 함께 영업소를 찾게 됐다.

 

 

 

뜻하지 않게도, 이곳 영업사원은 “차를 몰아 보시라”며 선뜻 차 키를 내 주었다.

 

 

 

아래는 박씨가 이날 남편 김 모 씨의 조언을 들으며 함께 QM5를 몰아본 내용.

 



●버튼 하나로 시동 “남편 잔소리 줄어들 것 같아요”

 

 

 

시승차는 QM5 RE Plus. 최고급 모델이었다.

 

 

 

명함보다 조금 큰 플라스틱 카드가 시동키라고 했다. 영업사원의 안내에 따라 그냥 이 카드처럼 생긴 ‘키’를 몸에 지니고 차에 다가가서 문을 열자 잠겨 있던 문이 그냥 열렸다.

 

 

 

“시동은 어떻게 걸면 되느냐”고 묻자 영업사원은 오른손을 아래로 뻗는 부근에 있는 100원짜리 만한 버튼을 가리켰다. 버튼 위에는 ‘Start/Stop’이라고 써 있었다.

 

 

 

“‘스마트키’라고 불리는 카드 모양의 열쇄가 차 안에 있기만 하면 시동이 걸린다”는 게 영업사원의 설명.

 

 

 

브레이크를 밟은 뒤 오른손 검지로 버튼을 누르자 시동이 걸렸다.

 

 

 

열쇠로 시동을 걸때, 박씨가 이미 시동이 걸린 걸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열쇠를 돌리고 있는 바람에 ‘끼끼끼끽…’소리가 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남편은 그 때마다 “시동 하나 제대로 못 거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언제 손에서 열쇠를 놔야 하는지 사실 지금도 자신이 없는 박씨.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게 되면 적어도 남편 잔소리는 줄어들 것 같았다.

 

 

 

 

 



●“야, 높다”

 

 

 

기어를 ‘D’에 놓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디젤 엔진 특유의 ‘가르르릉’ 하는 소리가 저 멀리 메아리처럼 들렸다. 어머니의 SM5 승용차 보다는 소리가 컸으나 신경이 크게 쓰이는 정도는 아니었다. 치고 나가는 힘은 훨씬 셌다.

 

 

 

차량 소통이 적고 곧게 뻗은 국도에서 시속 100㎞ 까지 속도를 내 봤다.

 

 

 

‘빨간 경차’에서는 불가능했던 대화가 이 차는 이 속도에서도 가능했다. 아니, 이건 경차랑 비교할 수준의 소음이 아니었다. 남편의 중형승용차 NF쏘나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보통 자동변속기 차량은 속도를 내면 엔진 소리가 ‘웨애애앵~’하고 커지다가 갑자기 다시 조용해지고, 또 다시 엔진음이 높아지다가 작아지고를 반복하며 속도가 붙는데, QM5는 엔진음 변화가 거의 없는 가운데 속도가 높아지는 것이었다.

 

 

 

자칭 자동차광 이라는 남편에게 묻자 남편은 이렇게 대답했다.

 

 

 

“예를 들어서, 한 5m 높이로 탑을 쌓았는데, 사람들이 그 탑 꼭대기에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을 놓는단 말이야.”

 

 

 

알듯 모를 듯한 남편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 길을 계단으로 놓는다고 할 때 그 계단을 10개로 만드는 거랑, 5개로 만드는 거랑 어떤 차이가 있겠어?”

 

 

 

“그야, 10개 계단으로 만들면 촘촘해서 걸음 수는 많아지겠지만 힘은 덜 들겠지. 5개로 하면 각 계단의 높이가 높아지니까 걸음 수는 줄지만 다리를 높이 들어 발을 올려야 하고 발을 올린 다음에 더 많은 힘을 줘서 올라가기 때문에 힘이 좀 더 들겠지 뭐”

 

 

 

남편은 “자동차 변속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4단 오토’, ‘6단 오토’ 등 같은 자동변속기라 하더라고 그 안에 들어 있는 ‘계단 수’가 다르다는 것. 똑 같은 시속 100㎞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차는 4개 ‘계단’, 어떤 차는 6개 계단을 밟은 뒤에 그 속도가 된다는 것이었다. 각 단계별로 속도를 높일 때 4단 오토는 큰 힘이 필요하지만 6단 오토는 큰 힘 들이지 않고 다음 단계 속도로 넘어간다는 것.

 

 

 

“그럼 내 차에 달렸다는 CVT는 뭐야?”

 

 

 

“아 그거? 그건 그냥 경사로지 경사로. 계단이 아닌 그냥 오르막 길.”

 

 

 



●“뒷좌석은 좀 불안해요”

 

 

 

박씨는 이번엔 남편에게 운전을 맡기고 자신은 오른쪽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들과 아들 친구들을 태우고 다니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뒷좌석의 승차감도 그에겐 중요했다.

 

 

 

남편이 천천히 속도를 높일 때까지는 몰랐는데, 속도가 빨라지자 박씨는 조금씩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남편 쏘나타의 뒷좌석과는 달리 왠지 자신의 상체가 많이 흔들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러냐”고 묻자, 남편은 “차가 높아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박씨는 “이 차 선전할 때 승용차나 SUV의 장점을 다 따서 만들 차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남편은 “차에 탄 사람의 머리 위치가 지표면에서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소 중심 축 부분에 앉으면 오르내리는 폭이 작지만, 시소 끝에 손잡이를 잡고 앉으면 움직임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

 

 

 

“높은 차를 타고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시소 끝에 앉아서 시소 중심축 만큼만 오르락내리락 거리기를 바라는 것과 똑 같다”고 했다.

 

 

 

또 한 가지 박씨의 신경을 거슬리는 게 있었다.

 

 

 

차가 속도를 내자, 트렁크에 해당하는 자동차 뒷문 부분에서 들릴 듯 말듯 ‘쉬이익~’ 하는 바람 새는 소리가 들렸던 것. 앞좌석에서 운전할 때는 몰랐는데 뒷좌석에서는 들렸다는 것이다.

 

 

 

남편은 “문짝 4개만 제외하고 모든 면이 밀폐돼 있는 일반 승용차와 달리 이 차는 문이 5개인데다, 고속 주행 시 뒤쪽 문 바깥에서는 공기가 심하게 소용돌이치기 때문에 (보통사람들은 잘 인식 못하지만) 그 소리가 들린다면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승을 마친 박씨는 현재 차량 구입을 고려 중. 하지만 이것저것 탈만하게 옵션을 선택하고 나면 ‘그랜저’ 값에 해당하는 3000만원 가까이 되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선뜻 ‘지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자동차광 남편의 한마디

 

 

 

“일단 핸들링이 매우 쉬운 게 인상적이었다. 스티어링 휠이 일반 승용차 보다 훨씬 가벼워 여자들이 주차를 할 때 힘이 훨씬 덜 들 것 같았다. 6단 자동 변속기도 큰 변속 충격 없이 무난한 시점에 다음 단으로 넘어갔다.

 

 

 

디자인은 90점 이상을 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잘 디자인된 차는 ‘뒷모습을 봤을 때 앞모습이 예상되는 차’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QM5는 뒷모습 앞모습, 실내 계기판과 인테리어 디자인 중 어느 하나만 봐도 차 전체 모습이 떠오르는 차 같다.

 

 

 

150마력/4000rpm, 32.6㎏·m/2000rpm 토크를 내는 엔진은 엔진 자체로만 보면 나무랄 데가 없다고 본다. 사용빈도가 높은 2000rpm을 전후해 최대 토크가 나오는 것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2100㎏가 넘는 무거운 차체를 끌기에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물론 2000cc급 가솔린 승용차에 비교하면 상대도 안 되게 힘이 좋지만, 최근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디젤 승용차나 중소형 SUV에 비교했을 때 힘으로만 놓고 보면 엔진 자체가 큰 장점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