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8년 까지 기준



1위 살인의 추억 (2003년) -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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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로 시작해서 얼굴로 끝나는 ‘얼굴의 로드 무비’ <살인의 추억>은 1980년대의 공기를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연쇄살인사건을 쫓는 형사들의 힘겨우면서도 어리석은 추격을 통해 시대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봉준호 감독의 ‘겨우’ 2번째 작품이었지만 시나리오가 완성된 순간부터 걸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범인을 쫓는 형사들의 추격과 그들의 심리적인 내면을 치밀하게 구성한 시나리오는 물론, 극적인 기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연출과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는 <살인의 추억>을 21세기 걸작으로 완성시켰다. 일상의 공간에서 새로운 기운을 내뿜는 영화는 여러 명장면도 낳았다. 범행 현장을 보존하려는 송강호가 논두렁 이곳저곳을 다니며 감식반을 기다리는 스테디캠 장면은 부조리한 유머로 가득하고, 박해일과 마지막 사투를 벌이는 터널 장면은 시대의 소멸을 시각적으로 압축한 장면이다. <살인의 추억>은 훌륭한 비주얼뿐 아니라 주체할 수 없는 감정도 담고 있다. 우리들 모두가 방관자였던 1980년대의 한 토막을 통해, 분노만큼 슬픈 감정으로 시대를 드러낸 걸작이다.



2위 하녀 (1960년) - 김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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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녀>(1971) <화녀 ′82>(1982)와 함께 김기영의 ‘하녀 3부작’의 시초라 불리는 작품. 식모로 들어온 한 여공(이은심)이 공장의 음악 선생이자 주인인 동식(김진규)과 불륜을 맺은 후, 가정을 파탄에 빠트린다. <하녀>는 하층민이자 성적 욕망에 충실한 하녀를 통해 중산층의 붕괴 및 몰락해가는 가부장제의 모습 그리고 현대인의 불안 등을 담아냈다. 또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의 정사나 창밖에서 비에 흠뻑 젖은 채 집 안을 바라보는 하녀의 모습 등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한 미장센은 이 영화를 한국영화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꼽게 한다.



3위 올드보이 (2003년) - 박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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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수란 남자가 영문도 모른 채 7.5평 골방에 감금된다. 군만두로 연명하다가 15년 만에 풀려난 그는 이제 ‘왜 자신이 갇혔는가’를 밝혀야 한다. 강박적인 <복수는 나의 것>과 여유로운 <친절한 금자씨>의 중간 지점에 있는 이 복수의 연작은 복수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양분화시키지 않고 자유자재로 금기를 건드리면서 관객들에게 불편한 영화 보기를 권하지만, 결국 셋 중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하며 박찬욱 감독을 21세기 한국영화 감독의 역할 모델로 만들어놓는다. 특히 롱테이크 롱숏, 2신 12컷으로 구성된 ‘장도리 신’은 길이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4위 괴물 (2006년) -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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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만에 1,000만 관객 돌파. <괴물>의 새로운 흥행 기록은 영화 자체가 ‘괴물스러운’ 이유도 있지만, <살인의 추억>에 이어지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도 크다. <괴물>은 CG로 멋들어지게 작업된 B급 괴수영화에 그치지 않는다. 시대의 조롱, 가족의 해체와 결합 등의 가치관과 정치적인 시각과 휴머니즘, 유머와 판타지라는 다양한 해석도 담고 있다. <괴물>은 기존의 B급 괴수영화의 규칙을 따르는 것도 아니고, 눈물 나게 디테일한 기술력을 선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괴물성을 경험한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5위 8월의 크리스마스 (1998년) - 허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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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멜로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심지어는 ‘시한부 인생’이라는 단골 소재를 차용했으면서도 최루성 멜로를 탈피해 한국 멜로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허진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당시 최고의 남자 배우 한석규는 특유의 편안한 듯 날카로운 캐릭터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소화했고, 생기발랄하면서도 당돌한 주차단속요원 ‘다림’을 연기한 심은하는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영화배우로 거듭나게 됐다. 삶과 죽음에 대한 빼어난 성찰, 투명한 영상에 영감을 받은 일본 감독 나츠카와 쥰니치에 의해 2005년 일본판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6위 오발탄 (1961년) - 유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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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그러니까 <살인의 추억>이 나오기 전, 김기영 감독이 재조명되기 전만 해도, 한국영화사를 정리할 때 <오발탄>은 부동의 1위였다. 전후 작가의 대표주자인 이범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삶을 견뎌야 하는 한 남자의 비극을 세세히 담아내 지금도 한국 리얼리즘영화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짊어진 게 많은 가장은 갈 곳도 많다. 아이를 낳다 죽은 아내의 영안실, 동생이 있는 교도소, 정신 나간 노모와 딸이 기다리는 집에도 가야 한다. 왠지 모를 치통은 그를 계속 괴롭힌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그는 택시 안에 몸을 싣고 내처 달린다. 5.16 이후 상영 금지 처분이 내려졌다가 63년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 출품되면서 재공개되기도 했다.



7위 서편제 (1993년) - 임권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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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받던 소리꾼 유봉은 양딸 송화에겐 소리를, 자신이 좋아했던 아낙의 아들 동호에겐 북을 가르친다. 어느 날 동호가 집을 나가자 아비는 딸마저 도망칠까 두려워 딸의 눈을 멀게 한다. 그리고 그들의 회한은 고스란히 소리에 묻어난다. 임권택 감독이 자신의 100번째 영화로 <천년학>을 택한 것은 한편으로 <서편제> 시절을 재현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서편제> 이전에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를 양분화시켜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르긴 했지만, <서편제>로 인해 비로소 자신의 예술성마저도 상업적으로 성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단관 개봉으로 100만을 돌파한 이 영화는 그 유명한 롱테이크‘진도아리랑’ 장면의 5분 40초마저도 관객들로 하여금 깊이 있는 울림의 시간으로 만들어준다.



8위 쉬리 (1999년) - 강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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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는 개봉 당시 국내 620만, 일본 150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형 블록버스터영화의 신기원을 연 작품이다. 데뷔작인 <은행나무 침대>(1996) 이후, 강제규 감독은 이 작품을 거치며 흥행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중원(한석규)과 명현(김윤진)은 서로 연인이지만, 각자 국가 비밀 기관의 특수요원과 간첩 임무를 맡고 있다. 분단의 상황에서 서로 총구를 겨눌 수밖에 없는 연인의 이야기는 대중들의 마음을 동하게 했을 뿐더러 할리우드영화 못지않은 액션과 특수효과로 이후 관객들의 발길을 한국영화에 잡아두는 데 일조했다.



9위 밀양 (2007년) - 이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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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교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다룬 것에 대해 통쾌하다거나 불쾌하다는 이견이 분분했으나,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을 다루는 데 남다른 재능을 보여 온 이창동 감독은 남편과 자식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가련한 여인에 대한 냉정하면서 관음적인 시선의 일관을 놓지 않았다. 제목이 가지고 있는 뜻 ‘비밀스런 빛’, 여주인공의 캐릭터, 스토리와 영상 3박자가 완벽히 맞아 떨어진 수작이자, 전도연의 노련하면서도 마지막 순간을 연기하는 듯한 처절한 연기는 칸영화제조차 여우주연상을 내어주게 만들었다.



10위 지구를 지켜라 (2003년) -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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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감독의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는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해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칭호를 받은 영화다. 병구(신하균)는 곧 외계인이 침공해 지구가 멸망할 거라는 생각으로 강 사장(백윤식)을 납치해 그를 고문해 전모를 파악하려 한다. 이 영화는 최초 다소 엉뚱하고 코믹한 병구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하다가 이후 강 사장과의 설전과 고문 등으로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넘나들고, 결국에는 SF로 귀결되는 복잡다단한 구성을 띤다. 기발한 상상력과 풍자, 주연 배우들의 광기 어린 호연 등 평단과 마니아들 사이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2008. 08. 08 (필름2.0 - 100편의 한국영화걸작 中)




최근에 새로 한 설문조사에서 '하녀'가 '오발탄'을 누르고 1위로 올랐다고 하더라구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계, 씨네필에게도 점점 알려지고 있는 상황. 걸작은 결국 칭송받게 되어있죠.

순위에 괴물, 밀양이 조금 과장된 듯 한 느낌이 있고(개인적으로는 BEST지만), 빈집이 없는게 아쉽네요.

전에 씨네21에서 했던 순위에서 해외평론가들이 95년 이후 전세계 영화 BEST10에 올드보이도 들어갔던걸로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