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가가 해결해야 할 것을 국민에게 강요하나." "외출 중 눈 치우러 집에 돌아가야 하나."사상 최대 '눈폭탄'을 맞은 시민들이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뜬금없는 '과태료 폭탄'까지 맞게 돼 분통을 터뜨렸다.

'내 집·건물 앞 눈을 치우지 않을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할 것'이라는 소방방재청의 발표가 난 7일 시민들은 일제히 "말도 안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서울 강동구 길동 모 주택에 거주하는 안정규씨(55·여)는 "좋은 결정은 아닌 것 같다"며 "며칠 전에 폭설이 내려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 같은데 방향이 잘못됐다"고 쓴소리를 했다.

안씨는 "이번처럼 눈이 많이 왔을 경우 그 많은 눈을 어디에다 치울 수 있나"며 "그런 부분을 제시해주지도 않고 다짜고짜 벌금을 물리는 것은 적당한 처사라고 볼 수 없을 뿐더러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느낌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경기 안양시 석수동에서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곽순덕씨(56·여)는 "공동주택의 경우 관리소에서 눈을 쓸기 때문에 신경쓸 것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관리소가 눈을 쓸지 않았을 때 공동주택 거주자에게 과태료를 어떻게 나눠서 부과할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곽씨는 "공동주택 한 동에는 외국으로 출장 간 사람, 지방으로 출장 간 사람, 맞벌이 부부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사는데 만일 외출 중 눈이 왔다면 눈을 쓸기 위해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시민 강대건씨(27)는 "공동주택 거주자는 눈이 안 쓸렸다면 연대 책임을 져야 하냐"며 "자연 현상에 대해 왜 국가가 아니라 국민에게 해결할 것을 강요하는가"라고 비난했다.

강씨는 "기상청의 예보가 틀린다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고스란히 벌금을 내야하나. 출근했는데도 눈이 왔다면 그게 다 집주인의 책임인지 한심해 말이 안나온다"고 씁쓸함을 표했다.

회사원 박진홍씨(29)는 "눈을 쓸어놨는데 다시 눈이 내린다면 과태료를 두 번 내야 하냐"며 "어느 시점에 과태료를 부과할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일침을 놨다.

대부분 시민들이 '과태료 부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과는 반대로 일부 긍정적인 의견도 제기됐다.

경기 안성시 대덕면에 거주하는 이남희씨(61)는 "자기 집 앞마당을 쓸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눈 치우는 것도 벌금을 부과한다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눈을 쓸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익숙해져서 어느 순간 벌금을 없애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소방방재청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제설대책 개선을 위한 관계기관회의에서 "내 집·건물 앞 눈 치우기 활성화를 위해 자연재해대책법에 벌칙 조항을 개정하고 자치단체 조례에 과태료 등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 3명 중 2명은 눈 치우기 조례에 처벌조항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처벌 규정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67.4%로 도입 찬성의견(25.1%)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